【후쿠시마 원전 사고 10년】 쌓여가는 방사성 오염수…‘해양방출’은 답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일본 정부는 도쿄전력 후쿠시마제1원전 사고 부지에 쌓여가는 방사성 오염수를 해양 방출 방침을 결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 등이 강하게 반발하자 방침을 결정하지 못한 채 해를 넘겼다.

작년 9월 취임 직후 오염수 처리 방안을 가능한 빨리 결정하겠다며 의욕을 내보인 스가 요시히데 총리도 올해 들어서는 “미루지 않고 앞으로 적절한 시기에 책임지고 처분 방법을 결정하겠다”라며 톤다운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후쿠시마제1원전 부지 안에 오염수 탱크가 빼곡히 메워져 있다.

후쿠시마제1원전에선 2011년 3월 수소 폭발로 인해 녹아내린 핵연료를 냉각시키기 위해 물을 계속해서 주입하고 있다. 때문에 매일 다량의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 28일 도쿄전력의 발표에 따르면 오염수는 하루 140리터가 발생한다. 이 오염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 후 원전 부지 안에 설치된 탱크에 저장해 왔다.

일본 정부는 저장 탱크가 2022년 여름에는 만수 상태가 되기 때문에 오염수를 조기에 처리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올해 들어서는 탱크 만수 예상 시기가 2022년 가을 이후로 변경됐다). 처리방법으로는 해양방출, 대기방출, 두 방법 병행 세 가지 안을 두고 검토한 결과 해양방출이 가장 적절하다고 결론을 냈다.

ALPS는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장치이지만, 많은 방사성 물질 중 트리튬(삼중수소) 만은 제거하지 못한다. 도쿄전력은 처리 후 남은 트리튬을 490배 희석시켜 방출하기 때문에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히려 일본 정부가 오염수 해양방출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처리수를 바다로 방출함으로써 사람들이 필요 이상으로 공포심을 느껴, 후쿠시마산 해산물을 구매하지 않거나 외국에서 수입을 규제하는 등 이른바 ‘풍평피해(소문에 따른 피해)’다. 작년 12월 21일 부흥청은 풍평피해 대책 예산으로 전년도의 4배에 달하는 20억엔(약 2백억원)을 배정했다.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처리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

일본 정부가 해양방류 대책을 풍평피해에 한정하는 것은 과연 바람직한가. 어업관계자들도 풍평피해로 인한 막대한 손실을 우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 정부가 말대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까. 다시 말해, ALPS로 처리된 오염수는 과연 안전할까.

일본의 민간 싱크탱크인 원자력자료정보실의 다니무라 노부코 씨는 어류의 체내에 흡수된 트리튬을 측정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신선한 상태로 측정 결과를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트리튬을 포함한 오염수가 바다로 방출되기 시작하면, 소비자들이 구매를 꺼리게 되어 후쿠시마의 어업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라는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2020년 9월 취임 직후 후쿠시마제1원전 현장을 찾아 오염수 해양방출 방침을 조기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바다로 방출되는 오염수에 포함된 것은 트리튬만이 아니다. 일본 정부는 법정 기준치 이하로 제한한다고 하지만 스트론튬과 세슘 등의 방사성 물질도 함께 바다로 방류된다. 이같은 방사성 물질은 결국 환경 속에 축적되어 갈 것이다.

일본 정부는 해양방출을 30년 동안에 걸쳐 완료하겠다고 한다. 그 사이 방사성 물질은 바다 속에 계속 쌓여 간다는 의미다.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후쿠시마의 바다는 어떤 상태가 될 것인지, 그리고 지구의 바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국내외적인 반발로 인해 일본 정부는 결국 오염수의 해양방출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왜 일본 정부는 오염수 처리 방법을 서둘러 결정하려는 것일까. 그것은 원전 사고 발생으로부터 40년 내에 후쿠시마제1원전을 폐로하겠다는 방침을 고집하며, 다른 대안을 고려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원자력자료정보실은 오염수의 지상 보관을 계속해, 장래적으로는 모르타르로 고체화시키는 방안을 주장한다. 그렇게 하면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40년 안에 폐로를 실현하겠다는 비현실적인 안을 고집하며 해양 방출을 추진해 왔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엄중한 현실을 받아들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방안을 선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외의 비난은 물론이고 막대한 환경 파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21/3/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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