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트리엔날레 ‘소녀상 전시’ 지사 퇴출 서명 조작 의혹…“민주주의 근간 뒤흔들어”

일본의 대표적인 우익 다카스 가쓰야 성형외과 의사. 4일 기자회견에서 서명 조작 사실을 부인했다.

일본의 유명 극우 인사 다카스 가쓰야 성형외과 의사가 추진한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지사 리콜(퇴출)’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조작 의혹을 받고 있다. 오무라 지사는 2019년 아이치트리엔날레 실행위원회장을 맡아 평화의 소녀상 등을 전시한 ‘표현의 부자유전’에 공금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우익들의 공격을 받아왔다. 서명이 86만여명을 넘으면 오무라 지사의 퇴출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초 아이치현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된 서명은 총 43만5231건으로 주민투표 실시에 필요한 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심지어 부정 서명 의혹까지 불거졌다. 2월1일 선거관리위원회는 전체 서명의 83%가 무효라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동일 인물이 작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서명이 90%, 선거인명부에 없는 사람의 서명이 48%, 선거인명부에 없는 사람이 모은 서명이 24%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아이치현지사 리콜 서명운동은 “천황 모욕 영상을 몰래 출품, 일본 병사 모욕. 위안부상(우익들은 ‘평화의 소녀상’을 ‘위안부상’이라 일컬음)” 등을 이유로 오무라 지사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는 아이치 트리엔날레 기획전시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 출품된 작품을 가리킨다. 일본 각지 미술관에서 철거당하거나 규제받은 작품들을 모아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한 것을 가시화한다는 취지의 기획전이었다.

트리엔날레 개막 당일부터 평화의 소녀상 전시에 항의하는 전화와 메일이 잇따랐다. 개막 이튿날인 8월2일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전시회장이 있는 지자체)은 전시회장을 찾아 소녀상을 본 후 “일본인의 마음을 짓밝는 것이다. 즉시 중단해야 한다”며, 전시 중단과 철거를 요구했다. 같은날 스가요시히데 관방장관(당시)도 트리엔날레에 문화청 보조금 지급을 재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우익들의 공격이 거세지자 트리엔날레 주최측은 안전을 이유로 개막 3일만에 전시 중단을 결정했다.

우익들의 공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역사수정주의적이고 차별적인 발언을 연일 SNS에 올려온 다카스 씨가 중심이 되어 트리엔날레 실행위원회장을 맡았던 오무사 지사의 사퇴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서명운동에는 일본의 대표적인 우익 햐쿠타 나오키를 비롯해 한국에 대해 차별적인 발언을 일삼아 온 작가와 저널리스트, 학자들에 더해 가와무라 나고야 시장도 합류했다. 또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지사도 서명운동을 지지하는 등 정치인들까지 나섰다.

이처럼 많은 주목을 모았던 지사 리콜 서명운동이 결국 부정으로 드러난 것이다. 제출된 서명 대부분이 가짜라고 발표되자 오무라 지사는 “솔직히 경악했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엄중한 사태다. 관계된 모든 사람들에 의해 사실 관계가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다카스 씨는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명에 대해 “부정을 지시하거나 묵인했을리가 없다”면서, 선거인명부에 없는 서명에 대해서는 “나의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다”라고 반박했다. 서명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온 가와무라 나고야시장은 “나도 피해자로 매우 화가 난다”며 선을 그었다.

아이치현 선거관리위원회는 주도자들에 대한 형사고소를 검토하고 있다. 서명을 위조당했다는 지역 의원도 나고야 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현재 일본 전체에 만연해 있는 혐한과 차별의식에 편승해, 이를 더욱 선동하는 형태로 실시된 리콜 서명운동은 아무도 생각지 못한 참사로 귀결했다. 아사히신문은 6일 사설을 통해 “민주주의의 토대를 뒤흔드는 용서할 수 없는 소행”으로 “서명운동을 치켜세운 정치인들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2021/2/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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