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 새로 쓴 ‘귀멸의 칼날’

일본에서 지난해 10월 16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귀멸의 칼날:무한열차편’(소토자키 하루오 감독)의 폭발적인 인기는 일본의 영화 산업 기록을 연달아 갈아치우고 있다. 

귀멸의 칼날은 개봉 80일 만에 2천548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흥행수입 346억엔(약 3천650억원)을 돌파해, 일본의 역대 영화 흥행수입 최고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이 작품은 이미 개봉 73일째에 2001년 개봉된 지브리 작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흥행수입 316.8억엔(약 3천340억원)을 넘어 19년만에 신기록을 세웠다. 원작(고토게 고요하루, 吾峠呼世晴) 만화책은 누적 판매 부수가 1억2천만부에 달했다.

서점에 진열된 만화 ’귀멸의 칼날’ 완결판.

가족 해친 귀신과 사투를 벌이는 소년의 이야기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2020년 일본 열도를 강타한 귀멸의 칼날의 위력은 과연 무엇일까. 

극장판 귀멸의 칼날은 2016년 2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일본의 대표 만화 잡지 ‘주간 소년점프’에 연재된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다. 일본의 다이쇼 시대(1912~1926) 인간을 잡아먹는 귀신이 사는 세계를 무대로 한다. 이 작품은 가족을 귀신에게 몰살 당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여동생조차 귀신이 되어버린 소년 단지로(炭治郎)가 여동생을 인간으로 되돌리기 위해 귀신들과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코로나 속 일본 열도를 강타한 귀멸의 칼날의 위력

영화 개봉 첫날 새벽 6시, 영화관 ‘도호시네마즈 신주쿠’ 입구에는 100여명의 행렬이 생길 정도로 귀멸의 칼날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인기에 힘입어 영화관은 귀멸의 칼날 상영을 집중적으로 진행했다. 도호시네마 신주쿠에서는 개봉날에 11개 스크린에서 총 42회를 상영했다. 하루 30회 이상 상영한 영화관은 그 밖에도 많았다. 많은 상영 횟수를 보고 SNS에서는 “마치 전철과 버스 시간표” 같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버스 시간표와 같은 상영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코로나19가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일본에서도 일어나자 개봉을 예정했던 ’007’과 ‘분노의 질주’ 등 블록버스터 외국영화와 디즈니 인기 애니메니션의 실사 영화 ‘뮬란’ 등이 극장 공개를 중단하고 온라인 상영으로 변경하면서 일본의 영화산업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많은 일본 영화도 개봉을 다음 해로 미뤘다. 이러한 상황에서 귀멸의 칼날은 영화계의 구세주처럼 등장해, 텅 비었던 영화관은 사람들로 가득 메웠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국내 개봉 포스터.

“코로나를 겪는 사람들의 애환에 공명…잔잔한 용기를 줘”

코로나19 상황 속에도 상영 횟수를 최대한으로 확보하고, 개봉 첫 주 관객 기록 등 신기록을 세우는 흥행 소식은 SNS상에서 다시 화제를 모았다. 화제가 화제를 몰고 오는 선순환으로 귀멸의 칼날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례적인 돌풍을 일으킨 귀멸의 칼날의 인기 비결은 무엇보다 스토리의 힘이다. 

원작이 소년 만화로 노력, 성장, 우정, 가족애 등 보편적인 주제를 다뤄 남녀노소의 폭넓은 인기를 불러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은 전편을 관통하는 ‘무상감’이 2020년의 시대 상황과 맞물렸다는 점이라고 아사히신문은 분석했다. 가족을 잃은 고통을 품고 소년은 동료들과 서로 도우며 단련해 간다. 자신의 무력함에 맞서 앞으로 나아가지만 그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다. 

“덧없이 약한 존재이기에 인간은 마음을 굳게 먹고, 서로 신뢰하면서 함께 일어설 수 있다고 외친다. 이것이 코로나 사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애달픈 공명을 불러일으켜 잔잔한 용기를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일본의 정신사 연구자 다케우치 세이치 도쿄대학 명예교수는 말한다(아사히신문). 

코로나로 인해 가족과 그리고 친구, 동료들과 만나고, 식사를 하고, 여행을 가는 당연한 일상이 어려워진 지난 2020년. 어려움 속에도 살아내기 위해 애를 쓰는 소년의 이야기가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 준 것이 아닐까. 

귀멸의 칼날은 오는 1월 27일 국내에서도 개봉된다. 코로나로 지친 한국 사람들의 마음에도 작은 파문을 불러일으킬지 이목이 집중된다. 

<2021/1/12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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