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후, 10년 후에도 강한 팀”…차별에도 굴하지 않는 오사카조선학교 럭비팀의 분투

일본에서는 5일 제100회 전국 고등학교 럭비 대회(이하, 전국대회)의 준결승전이 치러졌다. 전국대회 준결승전에 진출한 오사카조선고급학교(오사카조고) 럭비부는 가나가와현 대표 도인가쿠엔(桐蔭学園)에 12대 40으로 패했다. 럭비 전국대회에서 오사카조고가 3위를 차지한 것은 2010년 이후 10년 만이며, 통산 3번째다. 공교롭게도 준결승전 상대는 모두 도인가쿠엔이었고, 이번에도 그 벽을 넘지 못했다. 도인가쿠엔은 작년 전국대회에서 우승했고, 이번 대회에서도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굴지의 강호팀이다.

조선학교에 불어닥친 일본 정부의 ‘고교무상화 제외’의 칼날

2010년의 오사카조고는 봄 전국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머줬다. 그해 겨울 전국대회에서도 우승 후보로 꼽힐 정도로 강한 팀이었다. 당시 멤버 중에는 졸업 후 대학과 사회인 럭비팀에서 활약하는 선수도 많다.

하지만 그 후 오사카조고의 가장 좋은 성적은 8강에 그쳤고, 전국대회 출전을 놓친 해도 적지 않았다. 오사카조고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조선학교를 고교무상화에서 제외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조선학교 측은 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 7월 히로시마 조선학교 무상화 재판 1심이 히로시마지방재판소에서 진행됐다. 김민화

오사카조고 뿐만 아니라 일본 전국에 있는 조선학교를 덮친 것은 고교무상화 제도의 적용 제외. 당시 민주당 정권은 간판 정책으로 고등학교 수업료 무상화를 내걸었다. 그런데 북한의 일본인 납치 등을 빌미로 일본에서 유일하게 조선학교에 대해 무상화 적용을 유예했다. 그리고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정권이 들어서자 조선학교를 고교무상화 대상에서 정식으로 제외시켰다.

전국 5곳의 조선학교와 학생들은 무상화 제외는 부당하다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조선학교 측의 청구는 모두 기각됐다. 외교와 정치 문제를 빌미로 학생들의 배울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지만, 일본 사법부는 일본 정부의 이러한 태도를 인정하고 말았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일본을 대표하는 오사카조고 럭비팀

2017년 4월 1일, 제18회 전국고등학교선발 럭비 대회에서 오사카조선고급학교를 응원하는 응원단. 김민화

고교무상화에서 제외되면서 조선학교는 큰 타격을 입었다. 20여년 전에는 600명 정도였던 오사카조고의 학생 수는 210명까지 줄었다. 권정수 럭비부 감독은 무상화 제외에 대해 “타격이 크다. (다른 학교에 다니는 것보다) 학부모의 부담이 커서 경제적인 이유로 진학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5일, 마이니치신문). 학생 수 감소는 당연히 럭비부원의 감소로 이어졌다. 현재 부원 수는 41명뿐. 이에 비해 이번 대회에서 4강에 진출한 다른 세 학교는 모두 100명 이상의 럭비부원이 있다. 선수 인원 수만으로도 오사카조고 럭비부가 얼마나 열악한 상황인지 알 수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오사카조고의 럭비는 일본에서 강호팀의 지위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20세 이하의 일본 국가대표에 선발된 선수도 여러 명이다(럭비는 국가대표 선수가 되는데 해당 국가의 국적은 필요없다. 체재년 수 등의 조건을 갖추면, 외국인이라도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 고교 일본 국가대표의 주장을 지내고, 지금은 사회인 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리승신 선수도 그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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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 10년 후에도 오사카조고가 강했으면 좋겠다”

오사카조고 럭비부가 강호 팀의 대열에 선 비결은 무엇일까.

주장 김용철 선수는 “결승에 진출해 조고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싶다. (학생 수 감소로) 우리들이 조고의 유니폼을 동경했던 것처럼 멋진 모습을 보이고, 감동을 선사하고 싶다”라고 말했다(마이니치신문). 부주장 리금수 선수도 “우리들이 활약함으로써 오사카조고에서 럭비를 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렇기 때문에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한다. 올해 뿐만이 아니라 5년 후, 10년 후에도 오사카조고가 강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럭비 전문 사이트 <럭비 리퍼블릭>). 두 선수 모두 다음 세대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강한 팀이 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강렬한 마음이 있기에 오사카조고 럭비부는 부원 수 감소라는 역경 속에서도 좋은 성적을 남겨가고 있다.

3학년생들이 졸업하면 남은 부원 수는 18명. 오사카조고 럭비부의 상황은 더욱 더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선배들의 활약을 보고 새로운 희망을 가슴에 품고 럭비부를 찾는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신입 부원들도 자신의 선배들과 같은 사명을 품고 럭비 경기장을 전력 질주해 갈 것이다.

<2021/1/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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